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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제 2차 일본 침공 , 주제는 세계와 동양인의 투쟁

과오기 2013. 3. 2. 11:47





1990년대 '얼티밋 파이팅'이라 불리던 철장 격투기의 일본진출은 철저히 실패했다. 당시 세계 격투가들의 꿈이자 신비의 땅이었던 열도에 그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일본에서 개최된 'UFC 재팬'은 단지 사쿠라바 카즈시라는 훗날 MMA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스타가 탄생한 대회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시간을 흘러 업계를 주도하던 자존심(pride)은 무너지고, 새로운 자본이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격투가들은 벚꽃의 꿈이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꾸기 시작했다. 시대가 바뀐 지 5년이 되던 해, 얼티밋 파이팅은 다시 일본 정복에 나섰다. 얼티밋 파이팅은 더 이상 '철장에서 이뤄지는 발리투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스포츠로서의 UFC였다.

2012년, UFC의 제 1차 일본 침공의 테마는 'No PRIDE'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펼쳐진 UFC 재팬 2012(UFC 144)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공존한 역사적인 대회였다. 2012년 2월 26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주파(Zuffa) 산하 UFC의 첫 일본 대회가 개최됐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6년 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는 프라이드의 마지막 공중파 방영 넘버 시리즈가 열렸다. 'PRIDE.31 DREAMER' 프라이드가 이른바 '야쿠자 파동'으로 후지TV와의 공중파 방영권이 끝나기 직전에 개최한 대회였다.

[2006년 2월 26일, 프라이드 31. '야쿠자 파동'으로 후지TV와의 공중파 방영권이 끝나기 직전 개최된 이 대회는 DSE(드림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의 꿈이 실려 있었다. 프로레슬링으로 시작돼 종합격투기라는 신(新)스포츠로 발전되어가던 2000년대 중후반, 이들은 '무차별급 그랑프리'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는 '꿈과 희망'을 대변하던 프로레슬링 마인드로의 회귀였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프로레슬링은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동양인이 서양인을 제압한다는 정신에서 시작되었다. 무차별급 그랑프리 전초전으로 기록되는 이 대회 메인이벤트는 슈퍼헤비급 마크 헌트와 80kg대 복서 니시지마 요스케의 대결이었다.

이외에도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헤비급) 대 타무라 키요시(미들급), 조쉬 바넷(헤비급) 대 나카무라 카즈히로(미들급) 등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체급간의 대결이 포진했다. 프로레슬링과 맥락을 함께한 프라이드의 엔터테인먼트는 항상 꿈, 희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프라이드 31'의 부제 또한 '몽상가들(DREAMERS)'이었다.]…[정윤하 칼럼] UFC의 日귀환과 2006년 2월 26 中

하지만 정확히 6년 뒤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UFC는 달랐다. 당시 프라이드 무대에서 니시지마, 윤동식을 각각 제압했던 마크 헌트와 퀸튼 잭슨은 UFC 대표로 나와 동체급의 선수와 대결했다. 그들에게 무차별급 매치는 없었다.

"더 이상의 프로레슬러는 없고 400파운드의 사나이와 100파운드의 사나이가 싸우는 일도 없다. 일본에도 UFC팬이 있을 것이며, 그들이 대회를 보러 올 것" 데이나 화이트의 이 한마디는 '더 이상의 프라이드는 없다, 이젠 스포츠로서의 UFC다'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확언(確言)이었다.

2013년, UFC JAPAN의 新테마는 세계와 동양의 투쟁

오는 3월 3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는 또 한 번의 UFC 일본 대회가 펼쳐진다. 11개의 경기 중 무려 9경기가 동양인이 출전하는 경기로 결정됐다. 이러한 일은 흔치 않다. 기본적으로 UFC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대륙의 상업 흥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진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의 파이터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최되는 UFC 아시아 대회는 매우 반갑다. 동양인 선수들이 대회 전체의 주력이 되어 활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UFC 이벤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UFC 일본 대회 같은 경우엔 11경기 중 메인이벤트와 세미 메인이벤트를 제외한 전 경기가 세계와 동양의 투쟁으로 그려졌다.

예로부터 스포츠의 글로벌화에 가장 기여했던 구도는 바로 국가와 국가, 인종과 인종간의 대결이 그 주류였다. 특히 그것은 한국, 일본 등 국가대표 혹은 개인보다는 국가라는 전체의 조화에 힘을 실었던 아시아에서 더욱 빛을 보았다.

더구나 일본이라는 곳은 상업 격투기 문화 자체 발전 역사가 더더욱 그랬다. 역도산의 일본 프로레슬링 연맹이 열도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는 바로 '동양과 서양'의 대결 구도가 국민들에게 잘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아시아 진출, 특히 일본이라는 옛 '격투기 성지' 공략을 노리는 UFC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대회는 일본 격투기를 대표하는 고미 타카노리, 오카미 유신, 히로타 미즈토, 후쿠다 리키 등이 출전한다. 이는 히오키 하츠를 제외한 UFC의 日 대표 전원 출전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는 정찬성을 제외한 UFC 파이터 전원이 출전한다.

UFC 등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은 하나 같이 나라를 떠나 동양인들이 좋은 활약을 해야 기회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이렇듯 좁게 보면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국가의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모양새지만 이것을 넓게 보면 동양인의 세계 투쟁이라는 그림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다.


지나간 종합격투기 혼돈 시대, 전쟁은 끝나고 확실한 미국 MMA의 시대

많은 이들은 프라이드 폐업 이후 이어진 대연립(大聯立) 열풍과 드림, 센고쿠라는 새로운 단체의 출범에 아직 일본 시장은 지지 않았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프라이드의 마지막 이벤트는 미국의 완승을 예고하는 마지막 한마디였다. '프라이드.34' 프라이드의 최종 대회로 기록된 이 대회의 부제는 다름 아닌 '카미카제(kamikaze)'였다.

'케이지는 너의 세계, 링은 우주다' 일본 격투기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이 문구는 더 이상 없다. 18여년의 역사를 가진 격투기 이벤트 발리투도 저팬은 지난 해 처음으로 철장을 도입해 경기를 치렀다. 딥은 이미 '케이지 임팩트'라는 독자적인 철장 흥행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경영사가 바뀐 판크라스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치며 케이지 대회로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UFC 일본 대회는 여러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이미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은 위성 방송사를 통해 프라이드 시대를 이어가는 새로운 종합격투기 단체라는 소재로 UFC를 소개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라이드 경량급 시대의 상징 고미 타카노리는 "프라이드는 이제 잊어라"가 아니라 "프라이드는 이미 잊었다"고 발언했다.

프라이드는 이제 없다는 테마의 제1차 일본 대회, 그리고 스포츠 UFC로서 이어지는 '동양과 세계의 투쟁' 제2차 일본 대회. 그리고 UFC의 올해 4회 이상 아시아 대회 개최 포부 발표. 이것들은 한국 파이터, 나아가서는 동양인들이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에 서는 모습을 기대할만한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찬성, 김동현, 강경호, 임현규 등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장하는 한국 격투가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아시아 MMA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으로, 그리고 우리 한국이 동양을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강국으로 나아갈 기회는 분명이 오고 있다. 그 과정에 있는 현재, 그리고 내일 모레 'UFC JAPAN 2013'. 11경기 중 9경기를 차지하고 있는 동양인 파이터들의 전승을 기원한다.

○정윤하 칼럼은 일본 격투기 전문 칼럼니스트인 정윤하가 주간 단위로 내놓는 연재 칼럼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정윤하는 실전 지향 프로레슬링 UWF 시절부터 내려오는 일본격투기의 한 축 'U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