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슈

버티면 해결~~?? 성실히 갚아온 사람은 뭐냐~~

과오기 2013. 3. 12. 09:32

대구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45)는 최근 장사가 잘되지 않아 급하게 1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도 있어서 부담이 되지만 매달 아껴서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아 나가고 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매달 덜 쓰고 덜 먹으면서 어떻게든 빚을 갚고 있다"며 "정부에서 오랫동안 연체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데, 그동안 성실히 빚을 갚아 온 나 같은 사람은 바보가 된 것 같고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일괄 정리해 채무자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빚을 갚지 않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 온 다수의 채무자들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역차별'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기금 출범을 기다리며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때도 채무자 구제 대책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체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중채무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취지에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국민행복기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경제학)는 "이자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아니라 원금 일부를 탕감해 주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자의 원금을 탕감해 줘야 한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에 성실하게 돈을 갚던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상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경우에만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과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하고, 연체 기간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해야 악용될 소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조건 장기 연체가 있다고 해서 지원해 주면 금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다중채무자의 소득 수준, 재산 등 이들에 대한 다양한 통계와 정보를 확보한 뒤 지원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추진했던 '농어촌 부채 탕감'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농어촌 사회에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어촌의 경우 부채가 있어도 잘 갚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각종 탕감·경감 정책이 나와 '일단 버티자'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